■ 대차잔액 한 달 새 30조 증가…‘대기 매물’ 역대 최대
국내 증시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매도 대기 자금 성격의 대차거래 잔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시장 경계 심리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41조2390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10조원대였던 잔액이 불과 한 달여 만에 30조원 이상 급증하며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대차거래 잔액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물량으로, 언제든 실제 매도로 전환될 수 있는 ‘대기 공급’ 성격을 갖는다.
■ 공매도 재개 이후 11개월 만에 두 배 넘게 증가
현재 대차잔액 규모는 공매도가 전면 재개됐던 지난해 3월 말(약 65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1개월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급등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방어적 포지션과 차익 거래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통상 대차잔액의 상당 부분이 실제 공매도로 이어지는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선 작은 변수에도 지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실제 공매도 잔고도 급증…하락 대비 포지션 확대
실제 공매도 잔고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잔고 금액은 지난 6일 기준 14조2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월 말 약 3조9000억원 대비 3.6배가량 확대된 수치다.
코스피가 53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하락 가능성에 대비한 베팅이 시장 한편에 여전히 누적돼 있음을 보여준다.
■ “조정 땐 하방 압력, 반등 땐 쇼트커버링”
전문가들은 대차잔액과 공매도 잔고가 동시에 증가한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정 국면에서는 대기 물량이 실제 매도로 이어지며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고, 반대로 급반등이 나타날 경우에는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쇼트커버링(상환 매수)이 한꺼번에 몰리며 지수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공포지수 VKOSPI,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
시장 불안은 변동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월 말 30선 초반에서 이달 들어 50선 안팎까지 급등했다. 이는 2020년 팬데믹 초기 이후 보기 드문 수준으로, 시장이 방향성보다 변동성 자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대응이 엇갈리며 수급이 양방향으로 충돌하는 구조 역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 “급락 신호로 단정은 경계해야”
다만 대차잔액 증가를 곧바로 지수 급락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차거래는 실제 공매도 집행 여부와는 구분되는 지표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헤지·차익 목적의 거래도 함께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상승이나 하락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 작은 재료에도 가격 반응이 과도해지는 국면”이라며
“대차잔액과 공매도 잔고 증가는 방향성보다는 변동성 관리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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