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논란 비웃는 증권가… "내년 순이익 853조, '1만피' 현실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8000선 돌파 직후 급락하면서 '상투(고점)' 논란이 뜨겁게 불어오고 있지만, 국내외 대형 증권사들은 도리어 코스피 눈높이를 '1만 선(1만피)' 위로 대폭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이 단순한 경기 순환을 넘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8일 하나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예상 상단을 기존 8,470에서 1만 380포인트로 22%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를 지난해 말 330조 원에서 689조 원으로 두 배 이상 높여 잡은 데 이어, 내년 순이익은 무려 85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순이익(189조 원)과 비교하면 올해 이익 규모만 3배 이상 폭증하는 셈입니다. 2010년 이후 코스피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9.96배를 내년 이익 전망치에 단순 대입하더라도 코스피 시가총액은 8,499조 원으로 불어나며, 이를 지수로 환산하면 1만 380선이 된다는 계산입니다. 즉, 주가 멀티플(재평가) 상승 없이 오직 '이익의 힘'만으로도 1만 선 진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KB·iM증권도 가세한 1만선 랠리… "실적이 지수보다 빨리 뛴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지수 1만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파격적인 가이드라인을 잇달아 제시하고 있습니다.
KB증권: 코스피 예상 상단을 기존 7,500에서 1만 500포인트로 40% 대폭 상향했습니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이 기본 가정 하에서도 79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강력한 펀더멘털이 근거입니다. KB증권은 "실적 전망치의 상향 속도가 지수 상승 속도를 압도하고 있어, 지수 급등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오히려 완화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iM증권: 하반기 코스피 밴드 상단을 9,50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과 고물가 부담이 지속되는 매크로 환경 속에서도 반도체 중심의 이익 전망치가 끊임없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875조 원, 내년은 1,2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59만 삼성전자, 400만 하이닉스 가능"… 외인들의 상상 초월 낙관론
해외 유력 투자은행(IB)들의 시선은 국내 증권사들보다 한 술 더 뜨는 분위기입니다.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 대비 공급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장기적인 대호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입니다.
미국 JP모건은 "메모리 수요가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48만 원과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한 단계 더 나아가 ‘59만 전자’와 ‘400만 닉스’라는 전례 없는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노무라증권은 향후 5년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수천 배 폭증하는 반면, 공급은 고작 5~6배 확대에 그쳐 극심한 구조적 공급 부족이 반도체 투톱의 장기 수익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국내 최고 수준인 320만 원으로 일제히 올렸습니다.
지옥 가다 살아온 코스피… 1만피 시나리오의 '숨은 덫'
한편, 18일 코스피 시장은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장 초반 글로벌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장중 한때 4.68% 폭락한 7142.71까지 밀리며 투매를 부추겼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신뢰감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낙폭을 전부 만회했습니다. 결국 코스피는 전날보다 22.86포인트(0.31%) 오른 7516.04로 턱걸이 상승 마감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삼성전자는 3.88% 오른 28만 1,000원에, SK하이닉스는 1.15% 오른 184만 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반면 코스닥은 대형주 소외 기조 속에 1.66% 내린 1,111.09로 마감해 뚜렷한 양극화를 보였습니다.
증권가가 계산해 낸 '1만 코스피'는 산술적으로 타당하지만, 모든 낙관적 전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만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첫째, 글로벌 국채 금리가 연일 치솟는 상황에서 과거 저금리 시절의 평균 PER(9.96배)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입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주가에 적용되는 할인율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853조 원이라는 내년도 순이익 전망치는 오직 '반도체 가격의 지속적인 우상향'을 전제로 하므로, 만약 미중 갈등이나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꺾일 경우 1만피 시나리오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영리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