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배보다 못 버는 2배 레버리지?"… '88개 상품이 90% 독점' 국내 증시 뒤흔드는 괴리율 발작

 


2주 만에 한 달 치 추월… 변동성 장세가 부른 '괴리율 초과' 속출

코스피 8000선 터치 후 발생한 역대급 롤러코스터 장세의 불똥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으로 튀었습니다. 지수가 장중 수백 포인트씩 널뛰기를 반복하자, 실제 자산 가치와 ETF의 시장 거래 가격이 따로 노는 '괴리율 발작'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18일까지 단 2주 동안 발생한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괴리율 초과 건수는 총 83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지수가 안정적이었던 지난 2월 한 달간 발생한 전체 건수(81건)를 보름 만에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건을 밑돌던 괴리율 초과 건수는 3월 중동 리스크 발발 이후 3월 179건, 4월 117건으로 급증하며 투자자들의 거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ETF 괴리율(Disparity Rate)이란? ETF가 보유한 실제 자산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가격 간의 차이를 뜻합니다. 한국거래소는 가격 왜곡을 막기 위해 국내 투자 ETF는 1%, 해외 투자 ETF는 2% 이상 괴리율이 벌어질 경우 이를 강제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괴리율이 벌어질수록 투자자는 제 가치보다 너무 비싸게 사거나(양수), 너무 헐값에 파는(음수)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지수 675p 널뛰기"… 속도 못 따라가는 LP와 파생상품의 한계

괴리율이 이토록 가파르게 치솟은 원인은 폭발적인 장중 변동성 때문입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찍고 6% 넘게 급락했던 지난 15일 하루 동안 장중 변동폭은 무려 675.1포인트에 달했습니다.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대 대며 NAV와 시장가의 차이를 메우지만, 지수가 숨 가쁘게 폭락하고 특정 반도체 종목으로 매수세가 극단적으로 쏠리면서 LP의 호가 공급 속도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주식 현물만 담는 일반 ETF와 달리, 선물 등 파생상품을 대거 편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1배 상품은 올랐는데 2배는 제자리?… 마감 15분의 미스터리

실제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가격 왜곡 현상이 고스란히 포착되었습니다.

지난 14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배수 상품인 'TIGER 반도체TOP10'은 0.31% 상승 마감한 반면, 이를 2배로 추종해야 할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는 고작 0.09%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2배를 벌기는커녕 1배 상품 수익률의 3분의 1 토막에 머무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러한 기현상의 원인으로 현물과 선물 시장의 '마감 시간 시차'를 꼽았습니다.

  • ETF 현물 시장: 오후 3시 30분에 거래 정규장이 종료됩니다.

  • 선물(파생) 시장: 오후 3시 45분까지 15분간 거래가 더 이어집니다.

즉, ETF 정규시장이 문을 닫은 직후인 오후 3시 30분부터 3시 45분 사이에 선물 가격이 추가로 변동하면, 이는 다음 날 아침 ETF 기준가격(NAV) 산출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날 마감한 ETF의 시장가격과 실제 선물 가치 간의 틈새가 벌어지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괴리율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게 됩니다.

 단 88개 상품이 거래량 90% 독점… '괴리율 덫' 경계령

더 큰 문제는 현재 대한민국 ETF 시장의 자금줄이 이처럼 위험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4월 15일~5월 15일) 국내 상장된 전체 1,107개 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64억 9,624만 좌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중 레버리지·인버스·곱버스 상품의 거래량은 58억 8,598만 주로, 전체 거래량의 무려 90.6%를 독식했습니다. 국내에 상장된 단 88개의 파생형 상품이 전체 1,100여 개 시장의 거래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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