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만에 340조 껑충… 1800조 거대 기금의 탄생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마침내 18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를 달성하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1458조 원 수준이었던 적립금은 불과 넉 달여 만에 340조 원 이상 폭발적으로 불어났습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국민들이 새로 납부한 보험료가 쌓여서 덩치가 커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신규 현금 유입분을 완전히 제외하고, 오로지 자금을 굴려서 얻은 '운용 수익'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300조 원 안팎을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목표 수익의 4배' 사상 최고 성과 낸 일등 공신들
특히 최근 보름 동안의 성과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맹렬한 랠리를 펼치면서, 이 짧은 기간에만 무려 50조 원가량의 운용 수익이 추가로 불어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1년 내내 땀 흘려 거둬들인 연간 전체 수익 231조 6000억 원을 이미 70조 원 가까이 훌쩍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대형 연기금들이 연 5~8%의 수익을 목표로 삼는 것을 감안하면, 누적 수익률 20%를 돌파한 현재의 성과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인공지능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과 전력기기, 방산 등 수출주 강세가 맞물리며 국내 주식 부문에서만 90%대 수익률을 달성했고, 해외 주식 역시 10%를 웃돌며 전체 성과를 탄탄하게 뒷받침했습니다.
수익이 낳은 기분 좋은 딜레마, '리밸런싱'의 압박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둔 이 눈부신 성과는 국민연금에게 기분 좋은 딜레마를 안겨주었습니다. 쥐고 있던 국내 주식들의 평가액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철저하게 계획되어 있던 자산 배분의 균형이 크게 흔들려버린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당초 올해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14.9%로 설정해 두었으나, 최근 증시 폭등으로 인해 실제 비중이 이보다 10%포인트 이상 치솟은 상태입니다.
국장 수급의 분수령이 될 기금운용위원회
국민연금의 운용 원칙에 따르면, 특정 자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올라 비중이 커지면 그 자산을 일부 내다 팔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자산을 사들여 위험을 분산하는 리밸런싱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원칙대로라면 초과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덩치가 커진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해야만 합니다. 이에 따라 15일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 시장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목표치를 초과한 국내 주식 비중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어떤 속도로 덜어낼 것인지, 아니면 융통성을 발휘해 국내 자산 비중 상단 자체를 높일 것인지가 향후 우리 증시의 단기 수급을 결정지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Copyright ⓒ 데일리 OBINES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