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폭등하는데 개미는 하락에 베팅… '곱버스'에만 34조 원 몰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한 지 단 9일 만에 장중 전인미답의 8000선까지 터치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ETF 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지수 하락을 확신하는 '역베팅' 광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등세로 인해 이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단적으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7000선(6일)에서 8000선(15일)까지 1000포인트 상승하는 기간 동안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빨아들인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 하락 시 2배의 수익을 내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일명 곱버스)였습니다. 이 기간 유입된 금액만 무려 34조 4,940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같은 기간 자금 유입 2위를 기록한 ‘KODEX 인버스’(2조 2,770억 원)의 15배가 넘는 압도적인 규모입니다. 이 기간 국내 ETF 총 순자산이 439조 원에서 478조 원으로 약 39조 원 불어났는데, 증가분의 대부분이 이 곱버스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마이너스 31% 수익률에도 '불나방 매수'… 유가 하락에도 베팅
지수가 거침없이 오르다 보니 인버스 투자자들의 단기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이 기간 -31%라는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하위권을 휩쓸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꺾인다"고 믿는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하락 추종 상품인 ‘TIGER 200선물곱버스’에도 1조 400억 원이 유입되면서 자금 유입 상위 1~3위를 모두 지수 인버스 ETF가 독식했습니다. 직접 투자 자금은 반도체 투톱을 필두로 지수를 고공 행진 시켰지만, 정작 간접 투자 시장의 자금은 하락장에 무더기로 사표를 던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한편, 국제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세 속에서 유가 하락을 노린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에도 5,475억 원의 뭉칫돈이 유입되며 유입 순위 4위에 올랐습니다.
인버스 제외하면 역시 'K-반도체'… 최고 수익률은 44% 폭등
지독한 하락 베팅 세력을 제외하면, 시장의 주류 자금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밸류체인으로 향했습니다.
집중 투자 상품인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에 4,802억 원, 안정성을 더한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에 4,291억 원이 유입되며 인버스의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대기 자금 성격의 파킹통장형 상품인 ‘KODEX 머니마켓액티브’에서는 3,821억 원이 빠져나가 가장 많은 유출을 기록했고, 코스피 대비 소외당한 ‘KODEX 코스닥150’에서도 3,498억 원이 이탈했습니다.
이 기간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낸 상품은 국내 IT 대형주에 2배로 투자하는 ‘TIGER 200IT레버리지’로, 단 9일 만에 44.5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레버리지를 제외한 순수 주식형 중에서는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장주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HBM반도체’가 32.99%의 수익률로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방산 테마의 레버리지 상품들은 각각 21%대 낙폭을 기록하며 약세를 보였습니다.
'8000 터치 후 6% 급락'… 개미들의 예언은 적중할까
역설적이게도 8000선을 밟은 직후 시장은 인버스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5일 코스피는 장중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6%대 급락세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34조 원을 태운 곱버스 투자자들이 마침내 환호할지, 아니면 이달 27일 예정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다시 한번 반도체 매수 가속 페달을 밟으며 1만 코스피를 향한 2차 랠리를 촉발할지, 대한민국 증시는 역사상 가장 치열한 눈치싸움 구간에 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