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7배 폭풍 성장… 미국 빅테크 차익, 국장으로 유턴
정부가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를 이끌어내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엄청난 자금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도 시행 불과 한 달 만에 계좌 잔고가 500억 원 수준에서 9000억 원에 육박하며 17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 투자로 쏠쏠한 차익을 거둔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자금을 재배치하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게 관측됩니다.
5월 '전액 비과세' 막차 타자… 1500원 돌파한 고환율도 한몫
20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6일 기준 RIA 누적 가입 계좌 수는 14만 3455개로 출시 첫날 대비 무려 8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누적 잔고 역시 519억 원에서 8815억 원으로 크게 불어났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 이동이 가속화된 주된 배경에는 마감 기한이 임박한 '전액 세제 혜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5월 31일까지 자금을 복귀시킬 경우 양도소득세 100% 감면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는 등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차익까지 확실하게 챙기려는 투자자들의 전략적 매도세가 더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올 초부터 펄펄 끓던 미국 주식 매수세는 4월 들어 완연한 순매도로 돌아서며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엔비디아 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품는다
투자자들의 구체적인 장바구니 변화도 확실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데이터에 따르면, RIA 계좌를 통해 엔비디아, 애플, 테슬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및 빅테크 종목에 대한 강한 매도세가 쏟아졌습니다. 반면, 현금화된 이 자금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장 반도체주를 비롯해 KODEX 200 같은 시장 대표 지수 추종 ETF로 고스란히 유입되었습니다.
국내 지수·반도체 ETF가 상위권 싹쓸이… 진화하는 스마트 개미
이러한 거대한 '머니무브'는 국내 ETF 시장의 지형도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17일 장 마감 기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ETF 종목(총 101조 4931억 원) 가운데, 국내 주식형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44.7%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종목별 순위를 살펴보면 'KODEX 200'이 21조 1989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지켰으며, 'TIGER 반도체TOP10'(3위), 'TIGER 200'(6위), 'KODEX 코스닥150'(9위) 등 국내 대표 지수와 반도체 테마 상품들이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절세 혜택이라는 정책적 환경과 고환율이라는 시장 상황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해외 수익금을 국내로 이전하고 있다"며, "특히 글로벌 AI 열풍 속에서 확보한 넉넉한 실탄을 국내 대형 우량주와 안정적인 지수형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고도화된 자산 배분 움직임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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