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명 중 2명은 주인이 바뀐다… 폭발하는 ETF 회전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거대한 놀이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4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기준 국내 상장 ETF의 일간 전체 거래량회전율은 무려 19.3%로 집계되었습니다. 매년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이 수치가 대체로 3~5%대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몇 달 새 회전율이 3배 이상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셈입니다.
거래량회전율이란 상장된 전체 주식이나 펀드 좌수 대비 실제 거래된 횟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하고 매매가 활발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국내 상장 ETF 전체를 100좌로 가정했을 때, 단 하루 만에 약 20좌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날 코스피 시장의 일간 거래량회전율이 1.9%에 불과해 100주 중 고작 2주의 주인만 바뀐 것과 비교하면, ETF 시장의 손바뀜이 코스피보다 무려 10배나 더 잦고 격렬하게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존버' 대신 '단타'… 상승장 타고 레버리지·테마형에 몰린 불나방
이처럼 회전율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결정적 이유는 ETF의 덩치(좌수)가 커진 속도보다 거래량이 불어난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기 때문입니다. 28일 기준 ETF 전체 좌수는 2025년 말 대비 44.8% 증가한 데 그쳤지만, 하루 거래량은 같은 기간 449.8%나 폭발적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사고팔기를 반복하며 시세 차익만 빠르게 빼먹는 단타(단기 투자) 매매가 시장을 장악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통상적으로 단타 매매는 투자자의 피로도가 높고 잦은 매매로 인해 수익률이 갉아먹히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투자법으로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가 전반적인 강세장을 연출하자, 과감하게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를 좇는 레버리지 ETF나 특정 산업군에 집중하는 테마형 ETF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실제로 순자산 1위인 'KODEX 레버리지'와 3위 'KODEX 반도체레버리지'의 하루 회전율은 각각 27%와 30.9%에 달했고, 'TIGER 반도체TOP10' 역시 7.4%로 코스피 평균을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개별 주가마저 쥐락펴락하는 ETF의 위력
문제는 순자산 400조 원을 돌파한 거대한 ETF 시장에서 단타 매매가 성행할 경우, 이 펀드들이 담고 있는 기초 주식들의 가격이 덩달아 출렁이며 국내 증시 전체의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과거 보고서를 통해 한국 코스피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 원인 중 하나로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쏠림 현상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실제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에서 ETF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전체 시총의 2.72%를 국내 ETF들이 들고 있으며, SK하이닉스(3.13%)와 현대차(3.14%) 역시 3%를 웃돕니다. 기업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시장은 그 영향력이 더욱 절대적입니다.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는 무려 시총의 8.27%가 ETF 바구니에 담겨 있으며, 에코프로비엠(7.74%)과 알테오젠(5.95%)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 상장하는 ETF가 특정 종목을 담기만 해도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일례로 지난 3월 'KoAct 코스닥액티브' ETF가 상장되던 당일, 해당 펀드에 편입 비중 1, 2위로 담겼던 큐리언트와 성호전자의 주가가 하루 만에 각각 25%, 28%씩 폭등하며 ETF의 막강한 파급력을 고스란히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