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고지' 밟은 K-ETF… 변동성 장세 속 흔들림 없는 대세 입증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 400조원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으며 눈부신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출렁이는 글로벌 증시 속에서도 시중 자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며 ETF가 명실상부한 '국민 투자처'로 격상된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폭발적 성장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성장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앞으로는 특정 테마와 액티브 펀드를 중심으로 한 옥석 가리기가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0일 만에 100조 불어났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뚫은 '머니무브'
17일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지난 15일 자로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404조원을 거뜬히 넘어섰다. 지난 1월 300조원 시대를 연 지 불과 100여 일 만에 100조원의 뭉칫돈이 새롭게 유입된 것이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 50조원 남짓이었던 덩치가 8배가량 거대해졌다. 미국과 이란의 지정학적 충돌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도 개별 주식의 위험을 피하고 분산 투자를 택하려는 스마트 머니의 대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든든한 정책 지원사격에 거래대금 20조 '껑충'… 커지는 외형
증시 부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ETF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상법 개정 논의와 자본시장법 손질,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 이른바 '밸류업'을 향한 일련의 조치들이 중장기적인 투자 자금 유입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거래 자체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작년 말 하루 평균 6조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20조원대까지 치솟았고, 상장된 ETF 종목 수 역시 1000개를 훌쩍 넘기며 양적 팽창을 이어가고 있다.
급성장의 그늘… 쏠림 현상과 '웩더독' 리스크는 경계해야
다만 브레이크 없는 질주 이면에는 우려의 시선도 공존한다. 단기 고수익을 좇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 비중이 기형적으로 커지고, 특정 인기 테마로만 자금이 편중되면서 오히려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덩치가 커진 ETF의 자산 리밸런싱(재조정) 과정이 개별 기업의 주가를 쥐고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주객전도) 현상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믿는 구석은 '퇴직연금'… 1000조 시장 개화 시 추가 상승 동력 확고
이런 부작용에도 금융투자업계가 시장의 우상향을 확신하는 배경에는 '퇴직연금'이라는 막강한 자금줄이 있다. 오는 2030년 1000조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현재 10%대에 머물러 있는 주식 투자 한도 등 실질적인 위험자산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ETF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뭉칫돈의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선택과 집중' 나선 운용사들… AI 반도체 3대장에 꽂힌 'ACE ETF'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자산운용사들은 확실한 색깔을 입힌 '집중형 테마 ETF'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AI반도체TOP3+ ETF'**다. 이 상품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단 세 곳에 자산의 75%를 집중하는 과감한 전략을 취했다. 성적표도 화려하다. 최근 1년 수익률은 300%를 거뜬히 넘겼고, 올 들어서도 90% 이상의 경이로운 성과를 내며 소부장 펀드 1위 자리를 꿰찼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HBM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고성장에 탑승하려면 핵심 밸류체인에 집중 투자하는 ETF의 매력이 갈수록 돋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전력난이 쏘아 올린 신재생에너지… 'KODEX 액티브' 선두 질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 ETF'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망주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2차전지를 아우르는 이 펀드는 최근 3개월간 40%대의 수익률을 뽐내며 에너지 섹터 ETF 중 1위로 뛰어올랐다. AI 산업 팽창에 발맞춰 폭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지정학적 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신재생에너지의 구조적 성장 가치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는 평가다. 김효식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운용2팀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차익 실현 매물은 나올 수 있겠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전력 소모와 주요국들의 탄소 중립 정책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라며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신재생에너지 ETF의 중장기 상승 여력은 굳건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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