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에 베팅"…고위험 ETF가 시장 거래량 90% 장악


 코스피의 강세장과 중동 발 지정학적 위기가 맞물려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되면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자금이 고위험 상품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기초지수 움직임의 최대 2배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곱버스 ETF 88개 종목이 전체 시장 거래량의 90%를 싹쓸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8개 종목이 1000여개 압도…거래대금도 전체의 30% 훌쩍

16일 한국거래소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초부터 15일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전체 ETF 1093개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44억8277만 좌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레버리지와 인버스(곱버스 포함) 상품의 거래량만 40억4574만 좌에 달해, 전체의 90.49%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금액 기준으로도 전체 ETF 일평균 거래대금 17조4414억원 중 5조4281억원(31.12%)이 이들 88개 고위험 상품에서 발생했다.

"단타로 크게 먹자"…개미들 사이 번진 한탕주의

해당 ETF들은 기초지수 일일 변동폭의 2배, -1배, 혹은 -2배의 수익률을 좇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업계에서는 하루하루 변하는 주가 흐름에 올라타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거두려는 단기 트레이딩 성향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짙게 깔려있다고 진단한다.

급등락장 파도타기…지수 흐름 따라 레버리지·곱버스 '핑퐁 매매'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연구원은 "올해 1~2월처럼 증시가 급등할 때는 상승폭을 좇아 레버리지에 자금이 몰렸고, 단기 고점이라는 판단이 서면 곱버스를 사들이는 투자 패턴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처럼 시장이 출렁인 후 반등하는 국면에서는 하락 시 곱버스로 방어하고 반등을 노려 다시 레버리지를 담는 발 빠른 매매 양상이 뚜렷하다"고 부연했다.

방향 틀리면 '치명상'…상승장 속 인버스 투자자 눈물

하지만 이러한 고위험 상품 쏠림 현상은 자칫 막대한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실제로 올해 초 코스피가 무서운 기세로 랠리를 이어가던 시기에 하락장에 베팅했던 인버스 및 곱버스 투자자들은 뼈아픈 손실을 감내해야만 했다.

"장기 투자는 독"…전문가들 "단기 헷지 수단으로만 써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파생형 ETF를 장기 투자 바구니에 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본부장은 "레버리지나 곱버스 상품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는 헤지(위험 회피) 목적이나 초단기 매매용으로만 접근해야 한다"며 "일일 수익률을 기준으로 배수가 정해지는 구조 탓에 오래 쥐고 있을수록 수익률 갉아먹기가 발생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 초읽기…'삼성전자·SK하이닉스' 첫 타자 유력

파생형 ETF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에 부응해, 조만간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레버리지 상품도 등장할 전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관련 시행세칙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이르면 내달 중 시장에 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규제 당국이 내건 시총 요건 등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호 상장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산운용사들 채비 분주…"서학개미 유턴·증시 활력 마중물 기대"

자산운용사들 역시 발 빠르게 상품 출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정환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허용되면 해외의 고위험 상품으로 빠져나가던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투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고 밋밋했던 국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런 개별종목 파생 ETF가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변동성 뇌관 우려도…"국내 증시 롤러코스터 심화될 수도"

반면,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이 가뜩이나 흔들리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허재환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장주는 업황 사이클에 따라 주가 등락폭이 본래 매우 거친 종목들"이라며 "우리나라 증시 체급을 고려할 때, 특정 대형주를 향한 레버리지 및 인버스 자금 쏠림이 가속화된다면 전체 지수의 출렁임 또한 한층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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