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2주 만에 운용자산 1.5조 돌파… 소형 운용사의 '메가 히트'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에 10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뭉칫돈이 몰려들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3일 미국의 소규모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이 이달 2일 야심 차게 선보인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는 21일 기준 누적 자금 순유입액 11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 25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에 불과했던 펀드 규모는 쏟아지는 투자금과 편입 종목의 주가 고공행진이 맞물리면서 단 2주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1일 기준 12억 2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수준까지 팽창했다.
"이건 사실상 삼전닉스 직구"… 포트폴리오 절반이 韓 기업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1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 테마형 펀드는 라운드힐 측이 '세계 최초의 메모리주 전용 ETF'라고 자부하는 상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포트폴리오의 구성 비율이다. 21일 기준 전체 자산 중 SK하이닉스가 26.9%, 삼성전자가 23.4%를 차지해 단 두 종목의 비중만으로 이미 절반을 넘어선다. 사실상 국내 증시에서 인기를 끄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투자 ETF를 미국 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다름없는 구조다. 그 뒤를 이어 미국의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0.9%의 비중으로 3위에 올랐다.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 긁었다"… 영리한 틈새시장 공략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소형 운용사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이토록 거대한 자금을 단숨에 끌어모은 것을 두고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ETF 전문 매체 ETF.com은 "올해 중소형 운용사가 내놓은 상품 중 가장 스마트한 틈새 공략"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정작 미국 증시에는 상장되지 않아 해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까다로웠는데, 이 펀드가 완벽하고 깔끔한 우회 투자 통로를 열어주었다는 분석이다.
"가장 저평가된 AI 공략" 찬사 속 "테마주 고점" 경계론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에릭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생 펀드치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거래량"이라며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된 AI 투자법"이라고 호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소규모 운용사가 이뤄낸 전례 없는 쾌거라고 조명했다. 다만 WSJ은 맹목적인 추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특정 산업에 쏠린 테마형 ETF의 경우, 해당 테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정점에 달했을 무렵 주로 출시되는 경향이 있어 향후 수익률이 부진의 늪에 빠질 위험성도 크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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