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의 전유물? 이젠 개미들의 놀이터
개인 투자자들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과거 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산 배분 도구가 이제는 개미들의 필수 투자 무기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단순히 위험을 분산하는 용도를 넘어, 레버리지와 인버스로 방향성에 베팅하고 배당형 ETF로 현금 흐름까지 창출하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 투자를 즐기고 있다.
'시장 덩어리' 사던 기관, 이젠 옛말
사실 ETF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덩치 큰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기관들의 전용 트랙에 가까웠다. 개별 종목을 일일이 고르는 대신 시장 전체 지수를 추종하는 구조 덕분에 거액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리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ETF 거래 80% 장악…개별주에서 포트폴리오 투자로 진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역전됐다. 현재 전체 ETF 거래량의 무려 70~80%를 개인 투자자들이 쓸어 담으며 시장의 든든한 주연으로 떠올랐다. '대박'을 노리며 한두 개 주식에 몰빵하던 개미들이 이제는 ETF를 통해 바구니를 여러 개로 나누는 포트폴리오 투자에 눈을 뜬 것이다.
코스닥 부양책에 올라탄 개미들의 픽
이들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면 전략적인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개미들의 원픽 상품은 다름 아닌 'KODEX 코스닥150'이었다. 무려 2조 6284억 원어치를 쓸어 담아 25.8%라는 짭짤한 수익률을 챙겼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을 읽고 상승장에 베팅해 제대로 적중시킨 셈이다.
롤러코스터 장세 즐긴다…레버리지 단타로 38% 잭팟
위아래로 널뛰는 장세에서도 개미들의 담력은 빛났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에 1조 7840억 원을 쏟아부어 38.5%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는 개미들이 ETF를 마냥 묻어두는 장기 투자용이 아니라, 시장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치고 빠지는 단기 트레이딩 무기로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는 증거다.
반도체 76% 수익에 월배당까지…팔방미인 투자법
특정 테마를 노리는 스나이퍼 전략도 매섭다. 반도체 턴어라운드를 직감한 투자자들이 'TIGER 반도체 TOP10'에 1조 1711억 원을 밀어 넣었고, 결과는 76.5%라는 경이로운 수익률로 돌아왔다. 최근엔 꼬박꼬박 월급처럼 이자가 나오는 월배당이나 커버드콜 ETF에도 뭉칫돈이 몰리며, ETF를 시세 차익용에서 '현금 창출기'로 업그레이드하는 추세다. 더불어 나스닥이나 S&P500 같은 미국 직구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젠 우리도 전문가"…자산 배분 눈뜬 스마트 개미들
결국 이런 뚜렷한 변화는 개미들의 시야가 단순 '종목 찍기'에서 거시적인 '자산 배분'으로 한 차원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제 개인 투자자들의 내공이 웬만한 기관 투자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Copyright ⓒ 데일리 OBINES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