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비중은 7%인데 거래대금은 절반?… 시장 쥐고 흔드는 ETF
연초 300조 원 규모였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불과 석 달 만에 400조 원을 돌파하며 무서운 기세로 팽창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전체 증시 시가총액 6100조 원 중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에 불과하지만, 실제 거래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3월 기준 ETF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 450억 원으로 전체 증시 거래대금의 45%를 쓸어 담았다. 작년(27%)과 비교해 급격히 치솟은 수치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짙어지며 개별 종목의 주가가 ETF 수급에 따라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반도체 소부장에 돈 쏠리자… 코스닥 알짜주 20%는 'ETF 자금'
ETF의 거대한 자금력은 개별 기업의 주가 방향성까지 쥐락펴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증시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테마에 돈이 집중되면서 이러한 쏠림이 두드러진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AI 수혜주로 엮인 LS일렉트릭(5.01%), 효성중공업(4.47%) 등 전력 설비 관련주와 삼성SDI(6.01%), 삼성전기(4.73%) 등 핵심 그룹주들의 ETF 편입 비중이 5% 안팎까지 올라왔다. 덩치가 작은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상황은 더 극적이다. 리노공업, 이오테크닉스, 원익IPS, ISC, HPSP 등 대표 기업들의 경우 전체 시총에서 ETF 자금이 차지하는 파이가 무려 20% 수준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ETF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입 비중이 높지만, 함께 묶인 소부장 종목들은 시총이 가벼워 자금 유입에 따른 지배력 확대가 기형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묻지마 급등락에 IMF도 경고장… "하락장엔 레버리지 투매 뇌관"
더 큰 우려는 ETF의 쏠림 현상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위험 수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상장한 'KoAct 코스닥액티브' ETF에 큐리언트와 성호전자 등이 편입된다는 소식만으로 하루 만에 주가가 20% 넘게 널뛰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 한국 증시의 ETF 자금 쏠림을 꼬집었다. 대형주 위주로 시총이 쏠린 한국 시장 특성상 ETF의 기계적 매매가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하락장에서는 손절매를 촉발해 폭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IMF는 이란 전쟁 초기 코스피가 10% 이상 곤두박질쳤던 사태를 짚으며, 레버리지 ETF가 시장의 투매를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시총 5% 훌쩍" 큰손 된 운용사… "투자 전 ETF 편입 비중 따져봐야"
이를 방증하듯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국내 투톱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78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2건의 공시를 낼 정도로 ETF 운용사들이 개별 기업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등 규제 완화가 계속되고 있어 이러한 자금 유입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는 뭉칫돈이 들어오면 바스켓에 담긴 종목을 무조건 사들여야 하므로 특정 테마로 자금이 쏠릴수록 개별 주가의 널뛰기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시가총액이 가벼운 종목일수록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으므로 종목 선택 시 ETF 편입 비중과 자금 흐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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