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으로 '풀 매수'… 퇴직연금 30% 룰 뚫은 '채권혼합 ETF' 14조 돌파

 


퇴직연금 계좌로 쏠린 14조 원… 채권혼합형 ETF '폭풍 성장'

퇴직연금 계좌 내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 규모가 단숨에 14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한 늘리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결과, 올해 들어서만 6조 원 이상 폭발적으로 덩치를 키웠다. 28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채권혼합형 ETF의 순자산은 14조 24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 연말(8163억 원) 대비 약 2년 4개월 만에 무려 17.5배나 몸집을 불린 수치다. 출시된 상품의 개수 역시 37개에서 64개로 대폭 증가했으며, 불과 넉 달 전인 지난해 말(8조 1043억 원)과 비교해도 6조 1387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새롭게 유입됐다.

"주식 비중 최대 85%까지"… 퇴직연금 안전자산 규제의 '합법적 우회로'

이러한 극적인 팽창은 최근 증시 호황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및 확정기여형(DC) 계좌를 활용한 절세 투자 열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현행 제도상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을 최대 70%까지만 채울 수 있고, 나머지 30%는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남겨둬야 한다. 채권혼합형 ETF는 바로 이 '30% 룰'의 빈틈을 파고든 상품이다. 분류상 안전자산으로 취급되지만, 실제로는 자산의 절반(50%)까지 주식을 담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한도인 70%를 온전히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으로 채우고, 남은 30%의 안전자산 몫을 채권혼합형 ETF로 채워 넣으면 계좌 내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을 합산 8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연말정산 절세 혜택을 챙기면서도 주식 시장의 랠리에 공격적으로 올라타려는 투자자들이 채권혼합형 ETF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고 있는 이유다.

'삼전·닉스' 꽉꽉 담은 펀드 봇물… 자산운용사 쟁탈전 후끈

뭉칫돈이 몰리자 자산운용사들의 신상품 출시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거침없는 K-반도체 랠리를 반영하듯, 자산의 절반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채운 채권혼합형 상품들이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일례로 KB자산운용이 올 2월 선보인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출시 두 달여 만인 지난 21일 순자산 1조 원의 고지를 밟았다. 뒤이어 이번 달 시장에 등판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 역시 단 2주 만에 5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에 질세라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도 속속 삼전·닉스 기반의 채권혼합형 ETF를 내놓으며 쟁탈전에 가세했다. 한편, 코스닥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은 최초의 상품인 '1Q 코스닥150채권혼합50액티브'도 이날 새롭게 상장하며 투자 선택지를 넓혔다.

IRP 가입자 63%가 '위험 한도' 초과… "시장 돌변 대비한 리밸런싱 필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실제 데이터 통계로도 명확히 확인된다. 올 1분기 기준 삼성증권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들의 평균 위험자산(실적배당형 펀드 및 ETF) 편입 비중은 68.3%에 달해, 법정 한도인 70% 턱밑까지 꽉 찬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평가 이익 증가 등으로 70% 한도를 초과해 운용 중인 고객 비율은 63.2%로 10명 중 6명꼴이었으며, 이는 작년(49%) 대비 눈에 띄게 급증한 수치다. 증시 활황으로 자산 가치가 불어난 데다, 채권혼합형 상품을 영리하게 활용해 주식 비중을 한껏 끌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은퇴 후 최후의 보루인 퇴직연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지나친 주식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주식 시장의 흐름은 언제든 차갑게 식을 수 있기에 섣불리 위험자산 한도 상향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안윤철 연금전략담당 이사 역시 "채권혼합형 상품은 사실상 채권의 안정성보다는 주식의 추가 수익(플러스 알파)에 베팅하는 전략인 만큼,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주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재조정(리밸런싱)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데일리 OBINES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

다음 이전

추천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