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에 꽂힌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개 중 6개 장악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의 반도체 섹터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9일 기준) 동안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무려 6개(인텔, SOXS, SOXX, 라운드힐 메모리 ETF, 마벨, ARM)가 반도체 관련 종목이었습니다. 금액 기준으로도 상위 10개 종목 결제액의 65% 이상이 반도체 밸류체인에 집중될 만큼 압도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미운 오리' 인텔의 화려한 부활과 '곱버스' 양방향 베팅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종목은 1억 6587만 달러(약 2460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인텔입니다. 다우존스 지수 퇴출이라는 수모를 겪으며 '한물간 기업' 취급을 받던 인텔은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점으로 주가가 연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흥미로운 매매 패턴도 포착됐습니다. 순매수 2위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 시 3배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 'SOXS'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실적 랠리에 올라타면서도 고점 조정을 우려해 방어막(헤지)을 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레버리지와 인버스에 쏠린 양방향 베팅은 수익 기대가 큰 만큼 손실 위험도 배수로 커진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상장 한 달 만에 3조 팽창… '라운드힐 메모리 ETF' 돌풍
순매수 4위에 오른 '라운드힐 메모리 ETF'의 기세도 매섭습니다. 이달 2일 상장한 이 신생 ETF에 국내 자금만 약 1300억 원이 몰렸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마이크론까지 합치면 메모리 3대장 비중이 75%를 넘는 상품입니다.
상장 당시 25만 달러에 불과했던 운용자산(AUM)은 서학개미와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며 한 달도 안 돼 22억 4000만 달러(약 3조 원)로 폭발적으로 팽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조차 "소규모 운용사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놀라운 성과"라며, 그동안 미국 반도체 펀드에서 소외됐던 K-반도체를 집중 공략할 수 있게 된 점을 흥행 비결로 꼽았습니다.
비싼 수수료 내며 '美 직구'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세금"
국내에도 유사한 종목 구성과 저렴한 수수료를 갖춘 대체 ETF가 있음에도, 투자자들이 환전 수수료를 감수하며 미국 상장 ETF를 '직구'하는 배경에는 절세 셈법이 숨어 있습니다.
국내 상장 해외 ETF: 매매 차익이 '배당소득'으로 잡혀 연간 수익이 2000만 원을 넘으면 최고 49.5%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직상장 ETF: 수익 규모가 아무리 커도 22%의 양도소득세 단일 세율로 과세가 끝납니다.
결국,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고액 자산가(큰손)들의 영리한 차익거래 수요와 미국 증시의 풍부한 유동성 모멘텀이 맞물리면서 서학개미들의 '반도체 직구'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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