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의 최대 분열… 연준 흔든 '4장의 반대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50~3.75%로 유지하며 3회 연속 동결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두고 연준 내부는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12명의 위원 중 무려 4명이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4명이나 반대 의견을 낸 것은 1992년 10월 이후 약 34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연준 내부의 셈법이 복잡해졌음을 시사합니다.
"물가 아직 정점 아니다"… WTI 80% 폭등에 묶인 발
연준의 발목을 강하게 잡은 것은 중동 지역의 전운과 이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폭등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길어지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극에 달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0% 이상 치솟았고, 브렌트유는 배럴당 126달러를 돌파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중동 상황이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였다"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금리 인하 물 건너가나… 내년 '인상론'까지 솔솔
불과 연초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던 시장의 분위기는 180도 뒤집혔습니다. 이란 갈등과 유가 쇼크가 겹치면서 연말 추가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증발했습니다. 오히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인하 가능성을 지우고,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는 등 시장의 경계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입니다.
트럼프 압박 vs 신임 의장… 험난한 케빈 워시의 길
이번 4월 FOMC는 다음 달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파월이 주재한 마지막 회의였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의장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케빈 워시가 유력합니다. 과감한 금리 인하를 끊임없이 압박해 온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워시 지명자는 인준 청문회에서 "금리 인하를 약속한 바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쏟아진 4장의 반대표가 신임 의장을 향해 "우리가 맹목적으로 금리 완화에 동의할 것이라 착각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파월의 반격 "이사직 남겠다"… 흔들리는 비둘기파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파월 의장의 파격적인 행보입니다. 그는 5월 15일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연준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파월은 "연준을 향한 일련의 법적·정치적 공격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잔류 배경을 밝혔습니다. 이는 중앙은행을 쥐고 흔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파월이 이사로 남아 목소리를 낼 경우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향후 금리 인하의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그래도 불씨는 남았다? "유가 꺾이면 9월 인하 가능"
연준 안팎에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류가 강해졌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연내 인하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 시장의 냉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동 사태가 진정되어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시장은 다시 빠르게 9월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가동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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