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10 중 6개가 반도체… 인텔 사고 '인버스'로 방어하는 양방향 베팅
최근 국내 해외주식 투자자(서학개미)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의 반도체 섹터로 무섭게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9일 기준) 동안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무려 6개(인텔, SOXS, SOXX, 라운드힐 메모리 ETF, 마벨, ARM)가 미국 반도체 관련 종목이었습니다. 금액으로 따져도 상위 10개 결제액의 65% 이상이 반도체 밸류체인에 집중될 정도로 압도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종목은 인텔입니다. 한 주 동안에만 1억 6587만 달러(약 2460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지난 2024년 11월 다우존스30 지수에서 퇴출당하며 'CPU 시대의 종언'이라는 수모까지 겪었던 인텔은, 최근 1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발표 전후로 하루 만에 주가가 20% 이상 폭등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순매수 2위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하락 시 3배의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인 'SOXS(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ETF)'라는 것입니다. 인텔 등의 실적 랠리에 올라타면서도 동시에 단기 고점 조정에 대비해 방어막(헤지)을 치는 치밀한 매매 패턴이 엿보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방향 레버리지·인버스 쏠림에 대해 "상승에 대한 기대만큼 손실 위험도 극대화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한 달 만에 3조 원 몰린 '라운드힐 메모리 ETF'의 돌풍
최근 서학개미 동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종목은 순매수 4위에 뛰어오른 '라운드힐 메모리 ETF'입니다. 이달 초 뉴욕증권거래소에 갓 상장한 이 신생 상품에 한 달도 채 안 돼 국내 투자자 자금 8906만 달러(약 1300억 원)가 몰렸습니다.
이 ETF는 K-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하며, 마이크론까지 더하면 글로벌 메모리 3사의 비중이 75%를 훌쩍 넘습니다. 글로벌 자금 유입 속도도 경이롭습니다. 상장 당시 25만 달러에 불과했던 운용자산(AUM)은 불과 10거래일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최근 22억 4000만 달러로 폭발적으로 팽창했습니다.
"환전 수수료 내더라도 22% 단일 과세가 낫다"… 세금 피하는 셈법
국내 투자자들이 환전 수수료와 22%의 양도소득세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미국에 상장된 ETF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에도 종목 구성이 70% 이상 비슷하고 보수도 훨씬 저렴한 대체 상품('PLUS 글로벌HBM반도체 ETF' 등)이 있지만, 해답은 '세금'에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고액 자산가들의 전형적인 세금 차익거래로 분석합니다.
국내 상장 해외 ETF: 매매 차익이 '배당소득'으로 분류되어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의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해외 직접 상장 ETF: 수익 규모에 상관없이 22%의 단일 세율(양도소득세)로 과세가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결국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큰손'들의 영리한 셈법과, 단기간에 막대한 글로벌 유동성이 몰리는 미국 본장의 강력한 수급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메모리 반도체가 AI 붐의 최대 수혜주임에도, 핵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동안 미국 주요 반도체 펀드에 편입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이를 깔끔하게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며 이 ETF의 이례적인 대성공 이유를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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