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조 던졌는데 지분율은 사상 최고"… 외인, 삼전·닉스 비우고 로봇·2차전지로 바구니 바꿨다

 


 12일간 46조 원 폭탄 매도… 환율 1517원 돌파에 흔들리는 '국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주식을 던지며 거센 '셀코리아'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12포인트(0.41%) 오른 7847.71에 장을 마쳤지만, 시장의 수급 주도권은 철저히 엇갈렸습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조 6,57억 원, 7,583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한 반면, 외국인은 홀로 1조 9,223억 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습니다. 이로써 외국인은 이달 7일부터 12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무려 46조 3,395억 원을 국내 시장에서 빼내 갔습니다. 이는 종전 기록이었던 지난 3~4월의 연속 매도세(11거래일간 23조 원)를 가볍게 뛰어넘는 역대급 규모입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이토록 급하게 처분하는 배경에는 거세진 매크로(거시경제) 압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1원 급등한 1517.2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중동 지정학적 위기 재점화에 따른 유가 급등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맞물리며 환율이 1500원선 위로 완전히 올라서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강하게 자극한 것입니다.

 "매도액의 83%가 반도체 투톱"… 패닉 셀 아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이번 외국인의 폭풍 매도 데이터를 뜯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매도세가 시장 전반으로 퍼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주가가 급등했던 일부 업종에만 극단적으로 쏠렸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은 이달 7일부터 22일까지 SK하이닉스를 19조 5,928억 원, 삼성전자를 18조 9,403억 원어치 팔아치웠습니다. 두 종목의 합산 순매도액만 38조 5,334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도액의 무려 83.15%를 차지합니다. 사실상 반도체 대형주 두 곳을 집중적으로 털어내며 현금을 확보(차익실현)한 셈입니다. 이 외에도 반도체 밸류체인인 SK스퀘어(-8,304억 원)와 삼성전기(-5,140억 원) 등이 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이탈이 과거와 같은 '한국 증시 탈출'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지난 2~3월 매도세 당시에는 메모리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과 전쟁 리스크가 겹쳤지만, 지금은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메모리 업사이클 전망이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반도체 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성격이 짙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코스피 시장 내 외국인 지분율은 4월 말 37.77%에서 이달 21일 기준 39.57%로 오히려 1.8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엄청난 금액을 매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꽉 쥐고 있던 반도체 주식들의 자산 가치가 워낙 거대하게 불어난 탓에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지분 몸값은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기현상이 이어진 것입니다.

 외인이 새로 담은 장바구니: 로봇·2차전지·배당주로의 자금 대이동

반도체 대형주를 대거 털어내며 천문학적인 현금을 확보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작정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동안 주가 상승 부담이 낮았거나, 향후 뚜렷한 실적 턴어라운드 및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이 기대되는 소외주들로 자금을 발 빠르게 이동시키는 고도의 순환매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외국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가득 채운 장바구니 1위는 로봇 대장주인 두산로보틱스였습니다. 외국인은 이 기간 두산로보틱스를 무려 6,926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로봇 섹터를 낙점했습니다. 인공지능 시장의 진화가 결국 물리적 실체인 로봇 산업의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기적 안목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동시에 그동안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당하며 주가가 바닥권까지 밀려났던 2차전지 대표주인 삼성SDI도 4,151억 원어치를 가볍게 사들였습니다. 단기 급등한 반도체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을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전기차 밸류체인으로 옮겨 심은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업황 회복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국내 대표 건설주인 현대건설을 포트폴리오에 대거 편입했습니다. 아울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동과 맞물려 강력한 주주 환원 기대감이 살아있는 고배당 방어주인 삼성화재와 전통의 배당 매력주 KT&G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촘촘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결국 외인은 폭등한 주식을 팔아 현금을 챙기고, 그 돈으로 저평가된 우량 자산을 쇼핑하는 가장 정석적인 투자 행보를 보여준 셈입니다.

상단 막힌 코스피… 외인 컴백 없인 8000선 안착 힘들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외국인의 이러한 차익실현 움직임이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개인이 미수금 청산 고통 속에서도 눈물의 매수로 지수 하단을 받치고 있지만, 지수가 8000선 위로 완벽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외국인의 대규모 '달러 자금' 유입이 복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이 급팽창한 것에 비하면 최근의 매도 규모는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므로 매크로 지표 진정 여부를 살필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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