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44조 매도 폭탄… 8000선 터치 후 7200선까지 후퇴한 코스피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100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거센 '셀코리아'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꿈의 고점인 사상 첫 7000선과 8000선을 잇달아 돌파한 직후, 외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기습적인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7일부터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무려 44조 4,257억 원(누적 순매도액 기준 51조 원 돌파)에 달하는 순매도 폭탄을 던졌습니다. 하루 평균 5조 원이 넘는 엄청난 매물이 시장에 출회된 셈입니다. 매도세는 주로 최근 급등했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SK스퀘어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었습니다.
외국인의 투매 압박에 코스피 지수는 장중 8000선을 터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날 7,208.95까지 밀려나며 변동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지수가 단기 급락하자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계좌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 18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반대매매 금액은 917억 원을 기록하며,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가 터졌던 2023년 10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팔았는데 지분율은 증가?"… 미스터리한 '포트폴리오 압축 효과'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과거 한국 시장을 탈출하던 '패닉 셀(공포 매도)'과는 차원이 다른 전술적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엄청난 매물이 쏟아졌음에도 코스피 시가총액 내 외국인 지분율이 39.43%로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돈을 빼 가는데 지분율이 높아지는 이 이례적인 현상의 원인은 '포트폴리오의 극단적인 압축'에 있습니다.
💡 외국인 수급 기현상의 본질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의 비주도주(소외 업종)를 대거 처분하면서도, 보유 비중이 높고 펀더멘털이 확실한 인공지능(AI) 및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주도주는 끝까지 쥐고 있었습니다. 이 주도주들의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전체 상승률을 압도적으로 웃돌면서, 전체 시총 대비 외국인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입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외국인이 올해 90조 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음에도 지분율이 최고 수준인 것은 한국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비중확대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만약 연초 지분율(36%)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다면 올해 매도 규모는 230조 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기업, 특히 반도체의 기초체력(체력)과 실적 전망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6~7월 반전 카드 뜬다: 하이닉스 미국 상장과 MSCI 선진국 노크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차익실현 거품이 걷히는 6~7월을 기점으로 코스피가 다시 강력한 반등 모멘텀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의 판도를 바꿀 두 가지 핵심 카드가 대기 중이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 미국 ADR 상장: 오는 6~7월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될 예정입니다. 만약 미국 시장에서 한국 본주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멀티플)를 인정받게 된다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본주 주가까지 동반 상승하는 '키 맞추기' 랠리가 촉발될 수 있습니다.
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진입: 다음 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의 관찰대상국(Watch List) 공식 편입 여부가 결정됩니다. 실제 편입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찰대상국 진입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선진국 패시브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신호탄이 되어 수급 구조를 원천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체력'은 확실하다, 엔비디아 통과 후 순환매 준비
결국 현재의 급락 장세는 국장의 기초체력 훼손이 아니라, 반도체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비중 조절(리밸런싱)과 매물 소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극적으로 파업 리스크를 해소한 데 이어 외국인의 반도체 핵심 지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
투자자들은 연이은 매도 폭탄과 반대매매 급증이라는 표면적 공포에 휘둘리기보다, 주도주를 꽉 쥐고 있는 외국인의 진짜 속내를 읽어야 합니다. 다가오는 엔비디아의 실적 충격파를 흡수하고 나면, 든든한 대기 자금과 6월 호재를 바탕으로 지수는 다시 한번 안착 시도를 이어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