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빗장 풀린 ETF… 삼전·하이닉스만 '합격점'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에 투자해 2배의 수익(또는 손실)을 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28일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지수나 10개 이상의 종목을 묶어야만 가능했던 ETF 운용 제한이 풀리고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2배), 인버스(-1배), 곱버스(-2배) ETF 상장이 허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 종목이나 단일 ETF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격한 자격 요건을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시가총액: 직전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 내 평균 시총 비중 10% 이상
거래대금: 직전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 내 평균 거래대금 비중 5% 이상
신용등급: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 등급 '투자적격' 이상
현재 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곳뿐입니다.
서학개미 발길 돌릴까… 해외 직구의 불편함 해소
이번 제도 개편은 수익률을 좇아 미국이나 홍콩 등 해외 증시로 이탈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국내로 다시 흡수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승부수입니다.
실제로 홍콩 증시에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가 상장되어, 최근 6개월간 무려 270~298%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률(4월 28일 기준)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제 국내 투자자들은 환차손 위험이나 시차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해외 계좌를 열 필요 없이, 안방 시장에서 편리하게 해당 상품들을 매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5월 22일 16개 쏟아진다… 운용사 간 치열한 격돌
자산운용사들은 오는 5월 22일 동시 상장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의 레버리지 ETF를 2개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화자산운용은 삼성전자의 레버리지 및 곱버스 상품을, 신한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의 레버리지 및 곱버스 상품을 선보이며 투자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공략할 계획입니다.
"변동성에 녹아내린다"… 장기 투자는 절대 금물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짜릿한 고수익을 약속하지만, 그 이면에는 '음의 복리 효과(변동성 끌림)'라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있어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함정] 기초자산 주가가 100만 원에서 하루 만에 20% 하락(-20%)했다가 다음 날 다시 20% 상승(+20%)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반 주식: 100만 원 → 80만 원 → 96만 원 (최종 4% 손실)
2배 레버리지: 주가가 40% 내렸다가 40% 오르는 구조가 되어, 100만 원 → 60만 원 → 84만 원이 됩니다. (최종 16% 손실)
이처럼 주가가 횡보하며 오르내리기만 해도 계좌가 쪼그라들기 때문에, 이 상품들은 장기 투자가 아닌 확실한 방향성이 보일 때 '단기 투자'로만 접근해야 합니다. 위험성이 큰 만큼 금융당국은 국내외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시, 기존 1시간의 사전 교육에 더해 1시간의 '심화 사전 교육'을 추가로 이수하도록 요건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의 치트키 '삼전·하이닉스 채권혼합 ETF'
레버리지 상품의 짜릿함 대신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원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채권혼합형 ETF'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25%)와 SK하이닉스(25%)를 절반 채우고, 나머지 50%를 단기 국고채 등 든든한 우량 채권으로 채운 상품입니다.
대표 주자인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상장 14일 만에 순자산 5000억 원을 쓸어 담았고, 5월 1일 기준 1조 4841억 원까지 폭풍 성장했습니다.
이토록 돈이 몰리는 이유는 퇴직연금(IRP, DC형) 계좌에서의 활용도 때문입니다. 본래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전체 금액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채권 비중이 높아 '안전(비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므로 계좌의 100%를 꽉 채워 투자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삼성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등에서도 유사한 구조의 채권혼합형 ETF를 잇따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