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으로 삼전·하이닉스 영끌하자"… '채권혼합형 ETF'에 뭉칫돈 쏠린다

 


연금계좌의 틈새를 파고든 '채권혼합형 ETF'의 돌풍

반도체 랠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품은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로 시중 자금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연금계좌의 규제를 영리하게 활용해 반도체 주식 비중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폭발한 결과입니다.

4일 ETF체크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상장 ETF 중 자금 유입 1위를 차지한 상품은 무려 6555억 원을 쓸어 담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이었습니다. 이 상품은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담고, 나머지 절반(50%)을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하는 국고채와 통안채로 채운 것이 특징입니다.

위험자산 70% 룰 뚫고 실질 주식 비중 85%까지 '업'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몰린 핵심 비결은 바로 '퇴직연금 계좌의 마법'에 있습니다. 현행 제도상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전체 투자금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채권혼합형 ETF는 절반이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규제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즉, 투자자가 위험자산 한도인 70%를 온전히 다른 주식형 상품으로 꽉 채운 뒤, 나머지 안전자산 몫인 30%를 이 채권혼합형 ETF로 채우면 포트폴리오 내 실질적인 주식 비중을 최대 85%까지 영끌해서 확대할 수 있게 됩니다. 엄격한 규제 테두리 안에서도 변동성을 적절히 방어하며 반도체 대장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합법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조인 셈입니다.

쌍둥이 상품 쏟아내는 운용사들… AI·전력 인프라로도 온기 확산

뭉칫돈이 쏟아지자 자산운용사들 사이의 시장 선점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새로 상장한 17개 ETF 중 무려 3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은 채권혼합형 상품이었습니다. 신규 ETF 6개 중 1개꼴로 사실상 쌍둥이 상품이 쏟아진 것입니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KODEX), 하나자산운용(1Q), 키움투자자산운용(KIWOOM) 등 대형사들이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하며 치열한 점유율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러한 자금 쏠림은 비단 혼합형 상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반도체 테마 ETF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가 거셉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하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에는 5347억 원이 유입되었고, 핵심 전력 설비 기업들을 담은 'KODEX AI전력핵심설비' 역시 4327억 원을 빨아들이며 나란히 자금 유입 최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수익과 안정 모두 잡는 연금 계좌의 치트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혼합형 ETF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하재석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주가 급등에 힘입어 국내 주식·채권 혼합형 ETF의 성과가 미국 주식 혼합형보다 훨씬 우수하게 나타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도 국내 단기채 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낮추는 혼합형 ETF야말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연금 계좌 운용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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