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 ETF 전성시대… 주도주 장세 속 투자 자금 쏠림 심화
반도체, 휴머노이드(로봇), 방산, 전력, 2차전지 등등…. 최근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겨냥한 각종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호황의 과실이 반도체 등 일부 핵심 종목에 집중돼 자산 배분 전략에 따른 테마별 성적표는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ETF 순자산 466조 원 돌파… 한 달 새 18.5% 뭉칫돈 유입
13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상장된 ETF 수는 총 1천107개이고 전체 순자산총액은 466조 1천63억 원이다. 역대급 '불장' 속에서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13일 393조 3천313억 원에서 약 한 달 사이 18.5% 급증하며 막대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상장된 ETF의 면면을 보면 코스피나 코스닥150 등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최근 투자 자금이 집중되는 주도 업종을 테마로 한 ETF가 주를 이룬다.
반도체 테마에만 54개 상품 격돌… 운용사 편입 비중 확대
일례로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외 반도체를 주요 테마로 편입한 ETF만 54개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선호도를 반영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에서는 최근 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신규 출시하거나 해당 종목의 편입 비중을 상향 조정한 리밸런싱 상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달 2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배당 수익 전략을 더한 'TIGER 반도체TOP10커버드콜액티브' ETF를 상장한 데 이어 삼성자산운용이 전날 'KODEX 반도체타겟위클리커버드콜' ETF를 상장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또 기존 'KODEX AI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의 명칭을 'KODEX AI반도체TOP플러스'로 바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을 40%에서 50%로 늘려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레버리지 ETF 수익률 148% 돌파… IT 섹터 압도적 강세
이외에도 방산, 휴머노이드·로봇, 전력·원자력, 2차전지, 바이오 등 주도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도 각각 수십 개에 이른다. 시장 내 ETF 수가 워낙 많고 펀드 구조도 다양하다 보니 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 성과도 천차만별이다. 최근 한 달간(4월 13일∼5월 12일) ETF 등락률을 보면 'TIGER 200IT레버리지'가 148.20% 오르며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ODEX 반도체레버리지'(105.20%),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92.18%),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86.22%), 'KIWOOM 200선물레버리지'(79.04%) 순으로 우수한 투자 성과를 기록했다. 상승률 상위 5개 중 4개가 반도체·정보기술(IT)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인버스 손실률 확대… 코스닥 ETF는 차익 실현 매물 출회
반면에 같은 기간 지수 하락에 베팅한 'PLUS 200선물인버스2X'는 48.46% 떨어지며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KIWOOM 200선물인버스2X'(-47.98%), 'TIGER 200선물인버스2X'(-47.84%), 'RISE 200선물인버스2X'(-47.53%), 'KODEX 200선물인버스2X'(-47.49%) 등 주요 인버스 상품들도 자산 가치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하락률 1∼5위 모두 기초 지수 하락 폭의 2배 손실을 안는 '곱버스' 상품들이다. 또한 코스피 대형주 장세에 비해 코스닥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면서, 코스닥 추종 ETF에서는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및 손절매로 인한 대규모 자금 유출이 확인되고 있다. 코스콤 ETF CHECK를 보면 'KODEX 코스닥150'은 최근 한 달간 1조 3천283억 원이 순유출되며 전체 ETF 중 펀드 환매액이 두 번째로 많았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6천838억 원), 'TIGER 코스닥150'(-3천329억 원), 'KoAct 코스닥액티브'(-1천890억 원) 등도 각각 자금 순유출 규모 5, 8, 15위에 올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임박… 펀드 총보수율 확인 필수
코스피, 그중에서도 특정 반도체 종목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조정장에서의 포트폴리오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급등한 반도체 ETF에 대한 단기 고점 리스크 우려도 작용한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특정 종목 혹은 이를 테마로 한 ETF에만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조정 시 하락장 방어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오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범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동안 두 종목에 대한 매수 쏠림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시행 중인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 상품 거래를 위한 필수 사전교육에는 전날까지 4만 444명이 신청하며 해당 상품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레버리지나 인버스는 기초 지수 변동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만큼 높은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손실 리스크 또한 배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테마형 ETF는 펀드 총보수율이 0.4∼0.5% 내외로 일반 지수 추종 ETF(0.1% 안팎)에 비해 운용 보수 부담이 높은 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성장성이 높은 주도 종목에 투자 비중을 집중하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분산 투자를 병행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B증권 박 연구원은 "현재 ETF 시장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관련 펀드로의 쏠림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 과정에서 상위 종목 비중이 빠르게 커진 만큼, 차익 실현이나 비중 조정이 ETF 자금 유출로 즉각 연결되기 쉬운 취약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과감해지고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정 종목에 이른바 '올인'하는 전략은 일시적으로는 높은 펀드 수익률을 낼 수 있으나 그만큼 위험성도 큰 만큼, 핵심 종목은 유지하되 주변 섹터로 분산 투자하는 '위성 전략(Core-Satellite Strategy)'을 쓸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