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이상현상 감지 한달만에 2조 대출 나갔다. 금융당국 가계대출 조사 착수"
[투데이 뉴스 박수영] 이번 달에만 5대 은행에서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잔액이 2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로 인해 금융 당국은 최근 이러한 은행들을 조사하며 가계대출 현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잔액은 24일 기준으로 2조 8867억원으로, 7월 말의 8657억원과 비교해 이달에 들어서만 2조 210억원이 늘었습니다.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나이 제한이 가능성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13일 이후에만 1조 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은 원리금을 50년 동안 상환할 수 있는 상품으로, 수협은행이 지난 1월에 처음으로 선보였고, 5대 은행들도 지난달부터 차례로 이 상품을 출시하였습니다. 보통 시중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자는 7~8년 내에 대출을 전액 상환합니다. 그래서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은 월 상환 금액이 작아지고 대출 한도가 높아져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 수요 증가로 인해 5대 은행의 주택 담보 대출 잔액은 7월 말에 비해 이달에 들어서만 4840억원이 늘어나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4월부터 이어져서 이번 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자, 금융 당국은 지난 24일부터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말까지 각 은행에 감사인을 파견하여 대출 규제 준수 여부 및 여신 심사의 타당성, 가계 대출 영업전략 등을 주요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최근 주담대 대출을 크게 늘린 인터넷은행들 역시 점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따라 시중 은행들은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의 대출자에게만 50년 만기 주택 담보 대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5일부터 만 34세 이하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며, 농협은행은 이달 31일까지만 50년 만기 상품을 판매하고 결정했습니다. 또한 경남은행도 28일부터 같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예정입니다.
금융업계에서는 당국이 대책으로 50년 약정 만기는 유지하면서도 DSR 산출 만기를 30년이나 40년으로 축소하여 대출 한도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데이뉴스 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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