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 경신 이면엔 '빚투 폭발'… 신용잔고 35조 돌파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초강세장이 이어지면서,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가 브레이크 없이 불어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 68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인 3월 말(32조 9810억 원)과 비교해 2조 7806억 원(8.2%)이나 늘어난 수치이며, 작년 연말(27조 2864억 원) 대비로는 불과 넉 달 만에 8조 원 이상 폭증한 규모다. 코스피 지수가 파죽지세로 6700선까지 뚫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극도로 과열된 결과다.
지수는 날아가는데 내 주식은 반토막?… 반대매매 '하루 새 두 배'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최근의 빚투 증가세가 고점에서 무리하게 추격 매수에 나선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지난 28일 코스피는 종가 기준 6641.02를 기록하고 장중 한때 6700선을 돌파하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빚투 개미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이 지수 상승을 멱살 잡고 끌어올렸을 뿐, 상승 랠리에서 소외된 상당수 종목은 오히려 하락하면서 강제 청산(반대매매) 규모가 훌쩍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28일 하루 동안 발생한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176억 원으로, 전날(78억 원)보다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4월 한 달 전체 반대매매 규모는 2416억 원으로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장이 출렁였던 3월(5508억 원)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승장 속에서도 강제 청산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숨은 뇌관으로 지목된다.
119달러 뚫은 유가·외국인 이탈… '레버리지 트리거' 우려
대외적인 매크로(거시경제) 환경도 빚투 개미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꼬이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29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6.1% 급등한 배럴당 118.03달러에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2022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인 119.76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다시 상승 고개를 들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실제로 4월 초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은 17일부터 29일까지 3조 746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고점 차익 실현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단기 조정에 들어갈 경우, 35조 원을 넘긴 막대한 신용잔고가 하락 폭을 더욱 증폭시키는 '레버리지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이상은 못 빌려준다"… 빗장 거는 증권사들
빚투 리스크가 턱밑까지 차오르자 증권사들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NH투자증권은 신용공여 한도 소진을 이유로 신용융자 및 증권담보융자 대출을 일시 중단했고, KB증권 역시 신용잔고가 5억 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추가 신용 매수를 틀어막았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30일 오전 8시를 기해 신용거래 신규 약정을 전면 중단하며 대응 수위를 대폭 높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기에는 빚투가 지렛대 역할을 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매크로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계좌를 녹이는 양날의 검이 된다"며 "신용잔고가 과도하게 누적된 상황에서는 언제든 대규모 반대매매가 쏟아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 스스로 레버리지 비중을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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