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매도하는 이른바 ‘셀 코리아’ 흐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 달 새 35조원 '팔자' 폭탄…개미들만 눈물겨운 증시 방어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35조161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가 37조4417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전쟁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금리 인상 리스크를 피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주 삼성전자 집중 타격…외국인 지분율 12년 만에 최저치 추락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한 달 동안 18조4075억원어치를 팔아 전체 순매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약 1억주(9949만주)를 순매도했으며,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려 속에서 대부분 거래일에서 매도 우위 흐름이 이어졌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이달 3일 기준 48.40%로, 2013년 9월 이후 약 1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SK하이닉스·현대차도 안심 못해…차익 실현 매물에 대형주 휘청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에서도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8조2766억원, 현대차를 2조8508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연초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반도체 종목 및 관련 ETF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이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증시는 다른 신흥국 대비 거래가 활발해 현금화가 쉽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 요인으로 거론된다.
주식 넘어 채권까지 짐 싼다…5개월 만에 10조원 순유출 전환
외국인 자금 유출은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속에 3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10조2000억원을 순회수하며 5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잔액도 2월 말 350조7000억원에서 3월 말 340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고유가 아킬레스건 찔린 한국 경제…통화정책 경계감에 투심 꽁꽁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산 비중을 줄인 배경으로는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및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이 꼽힌다. 유가 상승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가 부담으로 작용한 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둘러싼 논란과 통화정책 경계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배럴당 130달러' 악몽 오나…전쟁 장기화 시 자금 이탈 가속 우려
시장에서는 전쟁 전개 양상이 향후 외국인 자금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1일 국제금융센터는 “장기화 우려가 커질 경우 환율 변동성 확대와 추가적인 자금 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130달러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원자재 비용 증가로 인한 기업 수익성과 거시경제에 대한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opyright ⓒ 데일리 OBINES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