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떠나 증권사로… 연금저축펀드 적립금 64조 돌파
국내 증권업계의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적립금이 64조 원을 넘어서며 불과 2년여 만에 두 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로의 자금 쏠림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노후 대비의 핵심 축인 개인연금 시장에서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자본이 대거 이동하는 강력한 '머니무브'가 확인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증권 부문(증권사 29곳, 운용사 3곳)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64조 6342억 원을 기록해 작년 말(57조 3600억 원) 대비 12.7% 급증했다.
2년 새 140% 급성장… '직접 굴리는 ETF' 트렌드가 불붙였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세는 타 금융권과 비교할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증권업계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2023년 말(26조 8890억 원)과 비교하면 2년 3개월 만에 무려 140.4%나 솟구쳤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권의 연금저축펀드는 47.5%(4조 1514억 원→6조 1227억 원)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증권사로 몰려드는 핵심 이유는 높은 기대 수익률과 탁월한 거래 편의성이다. 가입자는 증권사 계좌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 일반 공모펀드, 리츠(REITs) 등 다채로운 자산을 자유롭게 선택해 직접 운용할 수 있다. 장기 투자 시 위험자산이 결국 높은 성과를 가져다준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ETF를 적극 활용해 연금을 굴리는 방식이 시장의 대세로 굳어진 것이다.
"1%대 수익률은 답답해"… 실시간 매매·절세 혜택에 끌린 투심
반면, 연 수익률이 1~2%대에 갇혀 있는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적립금은 2023년 이후 115조 원 수준에서 좀처럼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에 갈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DC)형 계좌를 매개로 증권사로 둥지를 옮기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또한, 증권사 연금저축 계좌는 일반 주식처럼 스마트폰으로 즉각적인 ETF 실시간 매매가 가능해 속도를 중시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입맛을 저격했다. 주문을 모아 증권사를 거쳐야 하는 은행 계좌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짭짤한 세제 혜택도 막강한 무기다. 일반 상품에서 난 수익은 15.4%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연금저축펀드는 훗날 연금 형태로 수령할 경우 3.3~5.5%의 저율 과세만 적용받아 절세 효과가 탁월하다.
선두 굳힌 미래에셋… 삼성·NH도 무서운 속도로 영토 확장
밀려드는 연금 자본을 쟁취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성적표도 눈길을 끈다. 시장 점유율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올 1분기 적립금 21조 8882억 원을 달성하며 2023년(9조 3696억 원) 대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AI 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와 개인연금 랩어카운트 등 차별화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를 쫓는 대형사들의 맹추격도 매섭다. 적립금 2위에 랭크된 삼성증권(11조 2253억 원)과 4위 NH투자증권(5조 8760억 원)은 최근 2년 3개월 동안 적립금 규모를 각각 216.6%, 181.6%나 불리며 전체 시장의 성장을 역동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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